돌이켜보면 저는 자라오면서 돈 버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중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에 가서도 그 누구도 돈 버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국기함도 만들어보고 실내화주머니도 만들어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아기 만드는 법, 아기 만드는 거 피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살아가면서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학교가 학문을 배우는 게 주요 목표이긴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알려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훈련은 잘 시켜준 것 같습니다. 대학 입시나 기업 입사를 위해 무언가를 달달 외우고 학습하여 내어주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학생이 되는 교육을 받았죠. 시키는 대로 정해진대로 잘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해진 답이 있는 시험으로 평가받으면서 말이죠.
직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은 신입사원부터 고참사원까지 직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합니다. 그런데 기업에서 이뤄지는 교육들은 회사에 보탬이 되고 코드가 맞는 더 착실한 직장인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지 직원들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길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비중의 시간을 보낸 학교와 직장에서 아무도 나에게 돈 벌어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데에 조금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학교와 직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는 어떨까요. 운이 좋은 경우 경제관념이 뚜렷한 부모님을 만나 배울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경제 교육을 위한 최후의 보루마저 없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는 부모님이 일찌감치 집 사는데 조언과 도움을 줘서 철모를 때 사 놓은 아파트의 가격이 회사를 10년은 다녀야 모을 수 있는 돈보다 더 오르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어린시절 부모님께서 증여가능 금액으로 만들어준 주식계좌가 성인이 되고 보니 상당한 금액으로 불어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틈틈이 실생활 속에서 돈의 개념과 자본의 역할에 대해 교육을 해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돈에 대한 교육은 꼭 직접적인 현금과 자산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부와 빈의 대물림을 만듭니다. 공교육을 통해 평등하게 다뤄지지 않는 돈에 대한 교육은 우리 인생을 너무 운에 좌지우지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현실에서 돈 공부는 오직 본인이 알아서 잘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 안타까운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저와 여러분 같이 어떤 이유가 되었든 돈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 말이죠.
저도 지금은 열심히 돈 공부를 하고 있지만 지나고 보니 아찔합니다. 초등학생 때 저금통을 들고 새마을금고에 가서 저축을 했고 난생 처음으로 500원의 이자를 받아본 경험, 군대 시절 경제신문과 도서관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환경, 대학생 당시 펀드 대유행으로 첫 투자를 해본 경험, 주식 계좌를 만들어놓고 몇 달을 방치하다가 무언가 홀린 듯이 고속버스 안에서 역사적인 첫 거래를 시작했던 일, 몇 년의 단타로 투자금이 쪼그라들어가고 있을 때 우연히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보고 가치투자를 접하게 된, 그리고 배당주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일, 멀게만 느껴지던 미국주식투자를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된 일. 이 일련의 과정들이 우연처럼 다가왔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돈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돈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는 저 그리고 독자분들에게 말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지만 내가 알고자 마음만 먹으면 알려주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재테크 책은 넘쳐나고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돈 번 사람들이 본인의 경험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있습니다. 서로 윈윈하는 플랫폼 안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은 기회의 길을 걷고 계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단계와 빠르고 느리고는 다르겠지만 방향만은 옳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