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투자자의 태도는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이전에는 시장이 하락하면 겁에 질려 보유중인 주식을 팔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주식을 사기 좋을 때로 여기고 매수를 고려합니다. 아마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나 더 오래전 1998년 IMF 같은 폭락장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폭락장을 떠올리면서 '그때 주식을 샀으면 떼돈 벌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다음에 다시 폭락장이 오면 전재산을 부어서 주식을 사겠노라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실제 몇 주 몇달 간 하염없이 하락하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막상 그런 상황이 펼쳐지면 떨어지는 칼날을 잡다가 손을 베일까 봐 불안불안 하죠. 보유중인 주식의 가격이 10% 20% 깎여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멘탈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주식 투자라는 게 이상과 현실을 일치시키며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 같기도 합니다. 만약 모든 투자자가 이상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주가의 폭락도 급격한 상승도 없을 것입니다. 주가는 딱 기업의 가치에 맞게 선형적으로 움직일테고 따라서 그 안에서 플러스 알파를 얻기가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비이성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 한 박자 숨을 고르며 이성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식의 가격이 고점에서부터 최대 낙폭을 나타낼 때 MDD(Maximum draw down)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1만원이었던 주식가격이 7,000원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하면 이때의 MDD는 -30%가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10년간 MDD를 보면 -30% 넘게 하락하는 상황은 필연적입니다. 그것도 길게는 3년 동안이나 주가가 줄줄 흐르면서 떨어질 때도 있었죠. 그렇다고 그 시기에 정말로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30% 씩이나 감소했는가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전자의 순자산 가치는 단 한 번도 하락한적이 없고 적자가 발생한적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주가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하락하는 동안에도 기업의 가치를 믿고 보유를 유지하거나 더 매수한 투자자들이 끝내 큰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도 주식계좌가 몇달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면 당연히 유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지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데 동요하지 않고 주식 뒤에 있는 실체인 기업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기업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주식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주식의 가격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내가 바닥을 정확히 맞춰서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낮아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데에 만족합니다.
이렇게 실제 기업의 가치에는 변화가 없으나 낮아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 그 기업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쌓아가는 동안의 시간을 기다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성과를 분배 받은 돈으로 다시 기업의 지분을 사 모으고, 이 선순환을 반복해서 이어가는 게 진정한 투자이고 부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