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을 구울 때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젓가락만 들고 있는 사람은 삼겹살의 맛과 냄새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고기를 불판 위에 얹고, 타지 않게 뒤집고, 가스레인지의 불꽃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경험을 한 덕분에 더 많은 기억을 소유하게 된다” - 시인 안도현
요즘은 고기를 먹기 좋게끔 직접 구워 주는 고깃집이 많습니다. 경험 많은 직원분이 숙련된 기술로 맛있게 구워 주시기에 최상의 맛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주문한 고기가 나와도 언제 구워 주나 하고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 집은 고기를 구워 주는데가 아니라고 해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구워 주는 고기만 먹다 보니 어느 순간 직접 고기를 굽는 게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왠지 내가 직접 굽는 건 전문가가 해주는 것보다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 지기도 하죠.
고기를 너무 많이 뒤적거리면 퍽퍽 해지기 때문에 육즙을 적당히 잘 살려 내기 위한 횟수를 파악해야 합니다. 먹기 전까지 두 번 정도만 뒤집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고 여러 번 뒤집어 속까지 잘 익혀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적절한 횟수와 기막힌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처음부터 고기를 잘 구울 수는 없습니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니 내가 직접 굽다 보면 뭔가 놓치는 게 있을 거 같고 비싼 고기를 최상의 상태로 먹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찝찝함도 남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에 길들여진다는 건 이렇게 무섭습니다.
최근 주식투자도 구워 주는 고기처럼 투자자가 먹기 좋게 준비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튜브에서 또는 오픈 채팅방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그것도 대부분 무료로 제공됩니다. 수천가지가 넘는 기업 중에서 몇 가지 종목을 딱 골라주고 그에 대한 자세한 분석까지 줄줄이 해주니 정말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남이 전부 분석해준 내용을 보고 살지 말지 결정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투자 방식은 누군가 구워 주는 고기를 받아만 먹는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당장은 누군가 종목을 추천해주고 분석해주는 게 투자하는 데에 편할 수 있습니다. 굳이 공들여서 종목을 찾아보고 스크린하며 길고 지루한 사업보고서를 읽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다른 사람을 의지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반쪽짜리 투자 밖에 하지 못합니다.
지금 내 입맛에 맞게 주식 종목을 골라주고 설명해주는 전문가 혹은 고수라 칭하는 그 사람을 5년 전, 3년 전에도 알고 있었나요? 아마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 3년 후에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줄 거란 보장을 할 수 없죠. 그런 존재에게 나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평생을 이어 나가야하는 투자를 의지하는 건 위험한 행위입니다.
본인이 직접 종목을 선택하고 분석할 줄 아는 상태에서 다른 이가 전달하는 내용을 참고하는 건 이로울 수 있습니다. 내가 바라본 기업의 가치와 다른 이가 바라본 가치를 비교 평가하면서 투자 근거를 단단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죠. 반면에 단순히 누군가 종목을 찍어주고 그 사람이 바라보는 전망에 의지하는 건 잘못된 투자 방식입니다. 타인에게 길들여질 뿐 시간이 지나도 본인의 투자 실력이 절대 늘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추천 종목만 받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주식으로 땄나 못 땄나 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직접 종목을 찾고, 비지니스모델을 분석하고, 수익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경험을 한 덕분에 더 많은 투자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안도현 시인의 글을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직접 고기를 굽는 것처럼 직접 주식투자 하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어쩔 땐 고기를 태울 때도 있고 퍽퍽하게 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 경험 하나하나가 쌓여서 훌륭한 고고 굽기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도 투자한 종목이 하락을 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몇번의 실패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주식투자 실력을 늘리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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